종로구에는 일반 도서관과 달리 각각의 테마를 지닌 특화 도서관 5곳이 운영되고 있어요. 코로나 비상사태가 공식적으로 종료한 올 한해, 종로구 도서관에서는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풍성한 행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도서관을 운영하고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한 사서들의 고민이 담겨 있는데요. 책 읽는 공간을 넘어 도서관을 행복한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종로구 도서관 사서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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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아삼청공원 숲속도서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강선아입니다. 저희 도서관은 삼청공원 초입에 자리해 주민들과 공원을 산책하는 누구나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6월에는 도서관과 카페 공간을 새롭게 단장해 재개관했는데요. 넓은 창을 통해 사계절을 느끼며 독서를 즐기고 커피 한 잔의 여유도 가지며 힐링할 수 있습니다. 숲속에 있는 도서관인 만큼 프로그램 역시 자연과 어우러지는 내용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김혜연우리소리도서관에서 근무 중인 김혜연입니다. 우리소리도서관은 국악 특화 도서관으로 조선시대 이왕직아악부(왕립음악기관・현 국립국악원)와 조선성악연구소가 있던 국악로에 위치해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산업화를 거치면서도 국악로의 명맥은 이어져 현재 국악기 상점과 국악 연구소, 전통문화 관련 가게가 밀집해 있어요. 우리소리도서관에서는 도서뿐 아니라 CD나 LP 같은 풍성한 국악 자료를 수집・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국악과 독서가 융합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어렵고 딱딱한 국악의 즐거움을 알리고 있어요.
이재성청운문학도서관의 운영과 문학 특화 프로그램 기획, 공모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종로구 최초의 한옥 공공도서관인 청운문학도서관은 고즈넉한 한옥에서 문학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입니다. 문학에 특화된 저희 도서관에서는 시와 소설, 수필 등의 다양한 문학 도서, 그중에서도 시집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요. 국내 문학 작품을 소재로 한 기획 전시와 인문학 강연도 종종 개최하며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어요.
정재섭혜화동에 자리한 어린이청소년 국학도서관에서 독서문화 프로그램의 기획, 운영과 시설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도서관 최초의 국학 특화 도서관으로 우리 민족의 얼과 혼이 스며든 역사, 문화 자료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도서관 프로그램 역시 국학에 특화해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쉽게 도서관에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연자를 섭외할 때도 이 부분을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합니다.
강선아어린이들과 함께 숲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 게 기억에 남아요. 지난 몇 년간 코로나로 인해 어린이들 모두 집에만 머물러야 했는데 올해는 모처럼 숲 만들기, 나뭇잎으로 책갈피 만들기 같은 자연을 보고 느끼고, 함께 호흡하고 즐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올해 1회 진행한 숲 체험 활동은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는데요.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참여자들과 함께해 숲의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요.
김혜연가정의 달 행사가 가장 좋았습니다. 판소리 <흥보전>에 관한 강연을 들은 뒤, 퀴즈를 풀고 방을 탈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 김수현 교수님을 강연자로 섭외했는데 마침 교수님께서도 전공 학생들과 방탈출 게임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서울여대와 함께 진행했습니다. <흥보전>을 배우는 것도 좋았지만 참여자들이 도서관 이곳저곳을 탐색하면서 도서관을 다시 이해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동아리 ‘우리소리클럽’도 소개하고 싶은데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휴식을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분들이 점심시간을 조금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나는 점심시간 도서관에서 힐링한다’를 콘셉트로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국악과 시를 읽는 동아리로 시집과 국악을 소개하고 선정된 시를 하나씩 낭독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동아리입니다.
이재성코로나 이전까지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아빠와 함께하는 1박 2일 독서 캠프’를 진행했어요. 2019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되다가 올해 재개했습니다. 캠프를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아빠와 함께하는 것을 어색해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요. 주제 도서를 활용한 책 놀이 활동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내년에는 더 알차게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재섭10월에 종료한 ‘부모의 감정수업’을 꼽고 싶어요.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엄마아빠 행복프로젝트’에 발맞춰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책을 매개로 양육자로서 겪는 여러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평일 오전 4회차로 진행했는데 참여자 모두 높은 출석률을 유지했고, 난해한 주제 도서도 모두 읽고 참여해 고민을 나누셨습니다. 그 모습에서 아이를 기르는 양육자가 얼마나 많은 책임과 결정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강선아방문객들이 우연한 계기로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프로그램에서 추천받은 책을 읽으러 재방문하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신청할 때 보람이 큽니다. 책과 도서관에 큰 관심이 없었던 분들이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와 도서관에 관심을 갖는 것만큼 사서로서 뿌듯한 일도 없는 것 같아요. 반면 방문객분들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모두가 이용하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원하는 책의 소장 문제, 실내 냉난방 온도 조절 문제, 비좁은 공간 문제 등 어려움도 발생하고 있는데요. 다 충족시켜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김혜연도서관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주거나, 제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참여자분들이 재밌게 즐길 때 보람이 큽니다. 반대로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자료를 작성해야 하거나, 사소하게 준비해야 하는 일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결과가 바로바로 눈에 보이지 않다 보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보람이 적은 것 같아요.
이재성도서관 이용 방법을 모르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도서관을 지속해서 이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이용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질문하는 분들에게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스스로 이용하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큽니다. 어려운 부분보다는 아쉬운 부분인데 많은 분들이 사서를 생각할 때 자리에 앉아 도서 대출과 반납만 해주는 ‘쉽게 일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더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정재섭이용자와의 관계가 가장 보람을 느끼는 부분인 동시에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처음 도서관을 찾는 분들은 공간이 낯설고 사서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차츰 자주 이용하시면서 사서와의 관계도 친밀해지고 어린이들도 밝게 인사를 건넵니다. 시간을 통해 형성되는 유대감이 사서라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얻는 가장 큰 보람이라고 생각됩니다. 반면 불편함과 불만 사항을 이야기하면서 소란을 일으키거나 자신의 편의를 위해 다른 분들을 방해하는 이용자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강선아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해 도서관에 자주 다녔는데 도서관의 수많은 책과 둘러싸인 사서라는 직업이 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사서가 되면 독서를 하며 여유로운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사서가 되어보니 근무하면서 책을 읽기는 참 어렵네요.
김혜연사실 어쩌다 보니 사서를 하게 된 것 같지만, 돌아보면 어렸을 때 독서대회에서 상도 받고 도서부 활동도 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어쩌다 하게 된 것치고는 생각보다 저에게 잘 맞는 직업인 것 같습니다.
이재성대학 입시를 앞두고 문헌정보학과의 인기가 높았는데 선생님의 추천과 문과에 특화된 제 적성에 잘 맞을 것 같아 선택하게 됐어요. 다행히 사서로 근무하는 지금도 흥미를 갖고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정재섭어렸을 때부터 책과 역사를 좋아했고 막연히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어요. 대학교 때는 문헌정보학과에 진학해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서 업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막상 사서가 되니 정말 다양한 업무를 하고, 시간이 갈수록 세상에 만들어지는 책이 많은 것처럼 사서도 늘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강선아지역에 디지털도서관이 생겨나고, 도서관에 태블릿PC가 갖춰지는 것을 보며 실제로 도서관이나 독서의 이용 형태가 변화되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빠르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은 매우 편리하지만, 잠시라도 시간을 내 도서관을 찾아 내가 원하는 책을 천천히 찾아보고 책에 깊이 빠질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은 신간 도서나 인기 도서 외에도 보물 같은 책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에요. 서점에서는 구매할 수 없는 절판 도서나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좋은 책을 소개하고 제공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김혜연로그인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무겁게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전자책 또한 큰 장점을 가진 매체입니다. 실물 책이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기술로 인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도서관이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도서관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책의 가치를 넘어 문화의 가치를 전한다는 점에서 우리 일상에 없어서는 안 될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이재성짧은 호흡으로 가볍게 읽는 웹소설이 발전하면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하는 장르 문학 독자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요. 도서관 이용자들 역시 독서보단 개인 업무나 공부를 위해 방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죠. 이 같은 변화를 아쉬워하기보다는 온라인 자료 확충, 디지털 서비스나 온라인 프로그램 같은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도서관은 시민의 이용을 위해 봉사하는 기관이자 문화 활동, 평생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교육의 장이자 여러 정보를 얻는 정보센터, 취미 생활을 위한 문화센터 역할을 모두 담당하는 것이 도서관이 지닌 가치라고 생각해요.
정재섭영상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독서량이 줄고 스마트기기를 활용한 독서 접근성이 확보된 것을 일상생활에서 체감하고 있습니다. 글씨를 확대하거나 쉽고 빠르게 내용을 찾는 편리성에서는 책이 전자기기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종이의 질감을 느끼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즐길 수 있는 감정과 여유는 전자기기로는 여전히 전달할 수 없는 감성적인 분야이기에 더 많은 분들이 종이책을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강선아정세랑 작가의 소설 『지구에서 한아뿐』을 추천합니다. 가볍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주인공 한아의 주관적인 성향과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하며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김혜연『한글 꽃이 피었습니다』 입니다. 동아리 활동 때 진행했던 책으로 한글의 예술성과 그 속에 담긴 정신을 만날 수 있는 그림책입니다. 강병인 작가가 선별한 시와 멋진 한글 글꼴의 캘리그래피가 담겨 있어 붓펜을 잡고 캘리그래피를 하면서 시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이재성박상영 작가의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을 추천합니다. 일은 말할 것도 없고 휴식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 요즘, 책을 통해 휴식의 소중함과 중요함을 다시 생각해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정재섭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김훈 작가의 『하얼빈』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를 주제로 한 뮤지컬 ‘영웅’을 본 뒤로 이 책을 읽게 됐는데 안중근 의사의 생애, 그리고 하얼빈 의거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느꼈을 감정과 고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