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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X PEOPLE | 새롭게 바라본 창신동,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꿈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1-06 16:49:31
  • 조회 : 663
ART X PEOPLE | 새롭게 바라본 창신동,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꿈

낙산 자락 언덕에 빼곡히 자리 잡은 집들, 그 사이사이로 재봉틀 소리가 울려 퍼지는 곳. 수많은 변화와 위기에도 시간의 흐름을 간직해 온 창신동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화가 박수근 등 과거 문화예술인들의 작품 활동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자리잡은 창신소통공작소는 ‘무엇이든 예술이고, 누구든지 예술가가 되는 공간’이라는 생각으로 예술가와 마을 기획자, 주민들이 함께 전시, 공연, 축제 등을 진행하며 지역의 문화 네트워크를 확대해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창신소통공작소 ‘영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운영했는데요. 레지던시에 참여한 권혜승, 조민열 작가는 주민들과 함께하는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작품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12월 12일부터 16일까지 그 결과를 선보이는 전시 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창신동과 그 안에 꿈’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 권혜승 작가는 창신동 주민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회화 작품을, 조민열 작가는 봉제 공장에서 버려진 옷감을 소재로 한 공예 작품을 선보였는데요. 짧은 시간 창신동과 함께 호흡해 온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충분과 불충분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간의 욕망, 권혜승 작가

Q.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과 주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는 주로 자연현상에 주목한 작품 활동을 이어왔어요. 모든 자연은 생성, 성장, 소멸의 과정을 반복하고 소멸 이후에도 끊임없는 생명현상을 통해 또 다른 유기체를 재탄생시키며 순환적 삶을 반복합니다. 그리고 이 같은 자연의 질서와 법칙은 인간의 욕망과 무척 닮았어요. 우리도 가진 것보단 부족한 것, 결핍에 주목하고 이를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욕심을 내기 때문이죠. 지난해 욕망을 주제로 한 졸업 논문을 준비하면서 이 같은 인간의 내면을 좀 더 깊게 탐구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모든 사람은 내 생각과 진심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단 감추고 포장할 때가 더 많은데 겉으로 보여지는 메시지 안에 담긴 무수한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싶었죠. 창신소통공작소 레지던시는 이 생각의 연장선에 있어요. 이번 전시에서도 욕망의 에너지가 위로 흘러넘치는 폭발적인 형상을 지닌 작품과 반대로 아래로 흘러 잠식된 모습으로 나타난 작품 2가지의 유형을 선보였습니다.

Q. 주제와 기획 의도를 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이번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창신동을 처음 알게 됐어요. 처음 방문했을 때 가파른 계단과 끝도 없이 이어진 골목 사이사이를 올라가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때가 8월 늦여름이었는데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집마다 문을 열고 가정집 안에서 재봉틀을 돌리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참 신기하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다른 삶을 살고 계신 그분들의 내면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궁금했고, 제 작업으로 이를 이끌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레지던시 활동에 포함된 주민 참여 프로그램 ‘창신동 어르신들의 삶의 조각’을 작품 활동과 연계해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의 의미를 깨달을 만큼 많은 것을 배웠어요.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게 많아야 제 시야도 넓어지고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Q. 진행하신 주민 참여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6~70대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미술 심리치료를 기반으로 한 작품 만들기를 운영했어요. 창신동 동부여성문화센터의 협조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지원자를 받았습니다. 수업은 총 3회차로 진행됐는데 1회 때는 집, 나무, 사람을 그리는 HTP 검사를 한 뒤 그림 내용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2~3회 때는 먹과 동양화 안료인 분채를 사용해 1회 때 느꼈던 내 감정을 화폭에 표현해보고 이야기 나누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과정이 정해져 있어 쉽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막상 시작하니 어르신들이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계속 도출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특히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원치 않는 내용이 나오면 아예 말씀을 안 하실 때가 있어 난처했습니다. 그래도 수업이 진행되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면의 스토리를 말씀하셨고 저 역시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가 작품 주제에 있어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들의 말씀을 반영하면서 좀 더 풍부한 내용을 화폭에 담을 수 있었어요. 또한 형태나 대상이 없는 추상적인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에 고민이 많았는데 화산이 폭발하는 직접적인 자연현상의 모습, 강렬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주민 참여 프로그램 Ⓒ창신소통공작소
주민 참여 프로그램 Ⓒ창신소통공작소

주민 참여 프로그램 Ⓒ창신소통공작소

Q. 작품 활동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작품 를 제작할 때 여러 합판을 겹쳐서 붙이는 공정이 필요했어요. 작품 크기가 커서 목공소의 도움을 받았는데 작업해주시는 분께서 “왜 멀쩡한 합판에 구멍을 뚫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분으로서는 당연한 질문인데 개인적으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어요. 저는 그 작품에서 인간 내면의 결핍, 틈을 의도해 구멍을 뚫었는데 그 행동 자체가 제 작품 활동을 위한 욕심과 욕망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주제에 대해 말씀드리니 “구멍 뚫은 합판으로 뭘 알아낼 수 있냐”라고도 답변하셨는데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작업에 끝까지 파고들어 밑바닥을 봤을 때 나한테 남는 것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작업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하게 된 거죠. 이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아요.

Q. 레지던시를 마친 소감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작업을 하면서 창신동과 연계된 스토리를 작업으로 엮어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주제가 분명한 제 작업을 연결하기 위해 주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결과적으로 생각의 폭을 넓히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조민열 작가님의 작업에서도 배울 점들이 많았는데요. 무엇보다 저는 해보지 않은 것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는데 전공인 금속이 아닌 청바지 패브릭 소재를 채택해 작품을 만드는 작가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이번 레지던시에서 배운 것들이 나중에 다른 기회를 통해 지역과 연계된 작업을 하게 됐을 때 더욱 다양한 방면으로 나타날 것 같아요.

청바지 천의 우연성이 만들어낸 낯섦, 조민열 작가

Q.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과 주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물성을 기반으로 한 자연의 우연성, 그중에서도 청바지 천을 비롯한 다양한 옷감 소재들을 쌓은 뒤 깎아냈을 때 드러난 자연적인 모습을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어요. 청바지를 사용하기 전에는 전공을 살려 금속공예 작품을 만들었는데 해외 연수를 하는 동안 재료비가 너무 비싸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작업할 때마다 재료를 아껴 쓰다 보니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나타낼 수도 없고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 대응하기도 쉽지 않았죠. 좀 더 접근하기 쉬운 소재가 없을까 고민했는데 어느 날 즐겨 입던 청바지가 눈에 띄어 이를 사용했어요. 여러 시행착오와 실험적인 시도를 거듭한 끝에 2018년부터 청바지 천을 소재로 공예 작품을 만들어오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익숙한 재료에서 우연성이 만들어 낸 낯섦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Q. 주제와 기획 의도를 정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예전에 창신동 옆에 자리한 숭인동에 거주한 경험이 있어 이 일대가 봉제업을 생계로 살아가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봉제 공장에서 발생하는 자투리 옷감으로 뭔가를 해볼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고 창신소통공작소 ‘영 아티스트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이를 구체화할 수 있게 됐어요. 이전까지는 작품 소재를 직접 구매하거나 지인들에게 요청해 받았었는데 레지던시에 참여하면서 봉제업에 종사하시는 선생님들로부터 남은 천들을 받아 작업했어요. 또한 이전에 해보지 않았던 염색 작업도 함께했는데요. 버려진 천을 재활용해 작업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었습니다. 저는 리빙용품이나 오브제, 가구 등을 주로 만들지만 아이템을 정해 놓고 작업하진 않아요. 이번에도 여러 작업 방법을 고민하며 재료의 가능성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전시 전경

Q. 작품의 주제인 ‘우연성이 만든 낯섦’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제 작업 방식은 나무를 깎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익숙한 재료인 청바지를 차곡차곡 쌓고 접합한 다음 그라인더로 갈아내는데 그 우연함으로 만들어진 결이 나뭇결처럼 자연스러워요. 보는 사람에 따라 달의 표면처럼 느껴진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죠. 인위적인 소재가 모여 만들어낸 결과가 자연과 비슷한 것입니다. 작품을 만들 때 의도와 방향성을 갖고 작업을 하지만, 그라인더로 갈아낸 표면은 제가 처음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내가 매일 입고 다니던 청바지에 이런 가능성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Q.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딱딱한 금속과 정반대의 특징을 가진 섬유, 그중에서도 부드러운 청바지 천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지금도 작업할 때마다 천과 천을 접착하는 방식, 접합한 천을 깎아 형태를 만들어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어요. 특히 스툴 같은 가구를 제작할 때 옷감끼리 잘 붙어있지 않고 공간이 생기면 쉽게 분리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 틈이 생기지 않도록 옷감을 레이어링 하는 게 중요한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보니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집요한 과정이 필요해요.

Q. 이번 레지던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 역시 지역 학생들과 함께한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기억에 남는데요. 지원자를 받아 리빙용품과 모빌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보통 레지던시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경우 일회성으로 끝날 때가 많은데 3회 이상 연속성을 가지고 진행하면서 학생들과 생각을 공유하고 함께 의견을 모아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어 뜻깊었어요.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기획해 실행하고 작품 활동도 병행하는 과정이 물론 쉽지 않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레지던시의 규모는 소박하지만 그만큼 다른 분들과 쉽게 소통하며 편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특히 밤늦게까지 작업실에 있을 때가 많았는데 권혜승 작가님께서 많이 배려해 주셔서 즐겁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주민 참여 프로그램 Ⓒ창신소통공작소
주민 참여 프로그램 Ⓒ창신소통공작소

주민 참여 프로그램 Ⓒ창신소통공작소

Q. 레지던시 활동을 마친 소감과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영감이나 철학이라는 단어가 너무 거창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얻는 생각에서 더 큰 발견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이렇게 발전하는 지금,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은 더없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아날로그적인 행위지만, 이를 통해 일상적인 뭔가를 찾아가는 것이 특별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레지던시 활동은 제가 작업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과도 일치했어요. 창신동 주민들의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얻고, 그분들과 함께 호흡하며 새로운 것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이번 활동으로 배운 것들을 기반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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